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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직 


이제 차가워질 마음의 한 켠에 살고 있는 그들은 미련 없이 떠나왔던 습관 속에서 하루하루를 쌓아갔고, 
그 곳의 어딘가에 남겨놓은 사람들처럼 서로를 덧없이 바라보았다.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아직은 그들에게 
어떤 것도 연상시키지 않았고, 그건 마치 손가락 아주 작은 살 점이 떨어져 나간 것 마냥 쉽게 담아왔던 
생각이였다. 마치 타인의 이별을 듣듯이, 그들은 그 말을 입에 담으며, 그들은 언제나 자유롭게 비상할 날개를 
지닌 것 처럼, 그리고 끝나지 않을 상공을 가를 것 처럼. 그 시간은 끝이 없을 것 처럼. 아직은 서로의 곁에서 
느껴졌던 온기가 머물지만, 그건 마치 식지 않을 온도일 것처럼. 

문뜩 어떤 하루는 공허해졌으며, 그들에겐 날아오르는 시간이 남루해질 때가 왔다. 기억 한 줌의 거품과 같은 감촉에서 밤을 보냈으며, 
그들은 메마른 일상의 한 모퉁이에 담궜던 넓은 바다를 펴놓으면서, 그 곳을 헤험쳐 보기도 했지만. 다시금 건조한 삶을 지긋히 
바라보았다. 마치 그것이 아직 식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.

그들은 그새 높아진 울타리를 올려보았다. 등을 돌려야 할 때를 잊은 것처럼. 혼자 남겨진 때를 기억하지 않으려는 듯. 
아직 할 말이 남은 것처럼. 그러나 다시 스쳐 지나갈 일도 없었고, 그럴만큼 애쓸 마음도 없었을 테다.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것도 
없으며. 마치 끝나버린 크리스마스를 상기하는 듯. 

그저 희미한 캐롤을 그려보는 것. 녹은 눈과 빈 보도에 발자국을 상상하는 것. 
삶의 망가진 한 켠을 바라보는 것. 그 모든게 아직 살아감을 이해받기 위한 거라는 듯. 
제목을 잊어버린 책의 한 구절을 생각해 보듯이. 무언가 사무치게 그립지 않고, 
망각할 수도 없는, 어떤 유리창에 낀 서리를 닦아내려는 듯이.
   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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